캉카스백화점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오늘 잉크는 초콜릿신사 ‘크림라벨’의 시즌 한정 메뉴 벚꽃 딸기 크레이프 케이크. 겹겹이 쌓인 크레이프 사이에 크림 뿐 아니라 과일까지 넣어 맛을 한층 끌어올렸다.누군가에게서 기대하지 않았던 이면을 보는 순간이 있다. 몇 년 전 국회를 출입할 때 알게 된 60대 나이의 국회의원은 늘 근엄한 표정과 낮은 목소리로 마주한 사람을 위축되게 만들곤 했다. 어느 날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그는 후식을 먹자며 자신의 비서관을 부르더니, 갑자기 “옆 건물에 있는 가게에서 케이크 좀 사와. 그곳은 크레이프 케이크가 맛있으니 꼭 크레이프로 사와야 해.”하며 신신당부했다.그에게 그토록 명확한 디저트 선호가 있다니. 제법 신선한 장면에 마냥 고루하고 진부해 보이던 그 국회의원이 다시 보였다. 아는 바가 전혀 없을 듯한 분야에서 의외로 자신의 취향을 풍성하게 가꾸는 사람은 매력적으로 보이게 마련이다. 물론 감흥이 오래 가진 못했다. ‘크레이프 케이크’가 뭔지 몰라서 잘못 사 온 불쌍한 비서관을 그가 툴툴거리며 꾸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기자의 일상에서는 먹는 시간도 곧 업무의 연장이 되는 경우가 잦다. 취재원들과 저녁 자리는 종종 흥겨워질 때 거나한 술자리로 이어진다. 간혹 흥미롭게 느껴지는 이들은 술이 아닌 무언가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사람들이다. 아이스크림이나 빙수, 커피에 케이크 한 조각 정도로 2차를 대신하자고 하는 이들. 그들이 알코올에 약하거나 혹은 마실 만한 기분이 아니지만, 그래도 함께하는 시간을 연장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줄 때 자리는 새롭게 즐거워진다.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그다지 미식가가 아니다. 디저트의 기원이나 역사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많지 않다. 요리? 어릴 때 나름대로 땀 흘리며 만들어 본 초코 팬케이크를 보고 아빠가 “걸레를 왜 접시에 담아놨냐”고 물은 후 일찌감치 포기했다. 재능 없는 분야에 시간을 할애하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구구절절 미리 고해성사부터 하는 이유는 그런 전문적인 내용을 글에 담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랑하는 단 것들, 혹은 그 외의 먹는 것들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아마 그건 사람에 대한 게 전부일 것이다. 보다 또렷한 정신으로 달콤함을 공유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가끔은 눈을 반짝이며 먹는 이야기를 성실하게 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음식으로 스스로의 자존을 정의할 수 있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그들이 메뉴를 고[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오늘 잉크는 초콜릿신사 ‘크림라벨’의 시즌 한정 메뉴 벚꽃 딸기 크레이프 케이크. 겹겹이 쌓인 크레이프 사이에 크림 뿐 아니라 과일까지 넣어 맛을 한층 끌어올렸다.누군가에게서 기대하지 않았던 이면을 보는 순간이 있다. 몇 년 전 국회를 출입할 때 알게 된 60대 나이의 국회의원은 늘 근엄한 표정과 낮은 목소리로 마주한 사람을 위축되게 만들곤 했다. 어느 날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그는 후식을 먹자며 자신의 비서관을 부르더니, 갑자기 “옆 건물에 있는 가게에서 케이크 좀 사와. 그곳은 크레이프 케이크가 맛있으니 꼭 크레이프로 사와야 해.”하며 신신당부했다.그에게 그토록 명확한 디저트 선호가 있다니. 제법 신선한 장면에 마냥 고루하고 진부해 보이던 그 국회의원이 다시 보였다. 아는 바가 전혀 없을 듯한 분야에서 의외로 자신의 취향을 풍성하게 가꾸는 사람은 매력적으로 보이게 마련이다. 물론 감흥이 오래 가진 못했다. ‘크레이프 케이크’가 뭔지 몰라서 잘못 사 온 불쌍한 비서관을 그가 툴툴거리며 꾸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기자의 일상에서는 먹는 시간도 곧 업무의 연장이 되는 경우가 잦다. 취재원들과 저녁 자리는 종종 흥겨워질 때 거나한 술자리로 이어진다. 간혹 흥미롭게 느껴지는 이들은 술이 아닌 무언가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사람들이다. 아이스크림이나 빙수, 커피에 케이크 한 조각 정도로 2차를 대신하자고 하는 이들. 그들이 알코올에 약하거나 혹은 마실 만한 기분이 아니지만, 그래도 함께하는 시간을 연장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줄 때 자리는 새롭게 즐거워진다.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그다지 미식가가 아니다. 디저트의 기원이나 역사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많지 않다. 요리? 어릴 때 나름대로 땀 흘리며 만들어 본 초코 팬케이크를 보고 아빠가 “걸레를 왜 접시에 담아놨냐”고 물은 후 일찌감치 포기했다. 재능 없는 분야에 시간을 할애하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구구절절 미리 고해성사부터 하는 이유는 그런 전문적인 내용을 글에 담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랑하는 단 것들, 혹은 그 외의 먹는 것들로 캉카스백화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