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재 연쇄살인' 9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억울하게 구속 수사를 받은 고(故) 윤동일(당시 19세)씨가 33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지난달 30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고(故) 윤동일 형 윤동기와 준영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고문 수사를 비판하고 있다./전광현 기자 maggie@incheonilbo.com 


이춘재 연쇄살인 9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옥살이를 한 뒤 암으로 숨진 고(故) 윤동일 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5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이 다음 달 시작된다. <인천일보 2025년 10월31일자 1면 등>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재판장 류승우)는 윤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오는 12월16일로 지정했다.
윤씨 유족이 2023년 6월 소장을 제출한 지 약 2년6개월 만이다. 당초 지난해 2월 첫 기일이 예정됐으나 일정 변경이 반복되며 변론이 미뤄졌다.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재심에서 윤씨에게 무죄가 선고된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소송을 개시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윤씨는 1991년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이춘재 연쇄살인 9차 사건 용의자로 수 사 대상에 올랐으나 피해자 교복에서 채취된 정액의 혈액형과 감식 결과가 윤씨와 일치하지 않아 살인 혐의는 벗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강압 수사 과정에서 별도 사건 강제추행치상 혐의를 조작해 기소했다는 것이 유족 측 주장이다.
윤씨는 이 사건으로 수개월간 구금 생활을 했고 이후 출소 뒤 암 진단을 받아 투병하다 1997년 26세 나이로 사망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2년 12월 조사 결과에서 "경찰 수사 과정에서 불법체포, 가혹행위, 자백 강요, 증거 조작 및 은폐 정황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이후 윤씨 유족은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해 7월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았다.
재심을 담당한 수원지법 형사15부( 정윤섭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선고에서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는 자백 진술뿐인데 이는 경찰 강압에 의해 임의로 작성된 것으로 증거능력이 없다"며 유죄 확정 33년 만에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재심 판결을 통해 많이 늦었지만 이미 고인이 된 피고인이 명예를 회복하고 고통을 받았을 유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