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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진휘미   댓글: 0   조회수: 2 날짜: 2025-12-04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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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 외벽에는 가로 20m, 세로 8m 크기의 ‘광화문 글판’이 붙어 있다. 1991년 고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으며, 2000년부터는 문인·언론인·평론가 등으로 구성된 문안선정위원회를 통해 게시 문구를 결정하고 있다. 문구는 1년에 네 번(3월·6월·9월·12월) 새로운 계절이 시작될 때마다 교체된다.
가을이 시작될 무렵 중학생인 큰 조카를 데리고 광화문에 갔다. 아이는 여러 사정으로 학교를 잠시 쉬었다가 막 릴게임야마토 복학한 참이었다. 그 애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문장이 광화문 글판에 적혀 있었다. 최승자 시인의 시집 〈즐거운 일기〉(문학과지성사, 1984)에 실린 시 ‘20년 후에, 지(芝)에게’의 한 구절이다.
‘이상하지, 살아 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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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며 말없이 글판을 올려다봤다. 아이의 눈길도 나와 같은 곳에 머물렀다. 아이는 이내 휴대전화를 들어 글판을 찍었다. “고모···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너무 아름다운 문장이라 마음이 울렁거려요.” 나는 가만히 아이의 손을 잡았다. 아이는 그날 나와 함께 있는 동안 자신이 찍은 글판을 몇 번이고 바다이야기게임장 들여다봤다. 헤어지며 아이에게 시 전문을 메시지로 보내주었다. 다른 말은 덧붙일 필요가 없었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책으로 돌아가는(혹은 도망가는) 나는 올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청소년 대상 책을 읽었다. 책 위에 겹쳐볼 구체적인 얼굴이, 자식이 없는 내게도 있기 때문이다. 조카가 셋이나 있고, 황금성게임랜드 2년 전부터 한 달에 한 번 만나고 있는 그룹홈에 사는 겨울(가명) 역시 그 애들만큼이나 내게 중요한 사람이다. 우리 사이는 부모자식이 아니어서 어딘가 산뜻한 구석이 있지만, 멀찍이나마 곁에 선 어른으로서 내가 함께 감당해야 할 몫 역시 분명한 관계다. 특히 넷 중 여성 청소년인 두 명은 “멀리서 보면 반짝이는 윤슬 같았으나 손으로 잡으면 날카롭게 베이는 야마토게임하기 유리 조각 같은 순간들(〈녹색 광선〉 강석희, 돌베개, 2025)”을 각자의 방식으로 복잡하게 지나는 중이다.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목격하는 일은 어딘가 마음 아픈 구석이 있어서 자주 마음을 죄곤 한다. 어른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에 내가 있다”라는 말 뿐일 때가 많다. 그 말이 무슨 힘이 있을까. 그즈음 읽은 책 중 한 권이 백온유 작가의 〈정원에 대하여〉(북다, 2025)였다. 이야기의 내용보다도 이어진 ‘작가의 말’이 큰 안도를 선물했다. “십 대의 이야기를 쓸 때, 내가 한 가지 위안 삼을 수 있는 것은 인물들이 아무리 큰 실수를 하고, 큰 고통을 당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고 해도 그것을 만회할 시간이 그들에게는 아직 충분히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있느냐’라는 질문 앞에서 나는 단호해진다. 그런 시절은 없다. 가난을 배경으로 한 나의 어린 시절은 실수와 불가해한 열망으로 가득했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나’로 얼마만큼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끊임없이 시험했다. 나를 미워했고 벌주고 싶었으며 동시에 칭찬받고 사랑받고 싶었다. 타인의 마음에 들려고 애쓰다 보면 자주 비굴해졌다. 그 미묘한 성장의 시간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용서하기 위해 책이 필요했다. ‘내가 이상한 걸까’라고 생각하는 외로운 아이에게 책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다. 보통이나 평범 같은 단어로 수렴되지 않는 삶을 가르친다. 나는 그때의 ‘나 같은’ 아이를 만나고 싶었다.
영국의 아동 독서 지원 비영리단체 ‘북트러스트’의 연구(〈The benefits of reading(독서의 효능)〉)에 따르면 “독서는 불평등을 줄이는 매우 강력한 지렛대”다. 16세 청소년의 어휘력과 수학 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부모의 교육 수준이나 사회경제적 지위의 영향보다도 ‘어린 시절부터 취미로 책을 읽은 경우’ 네 배 더 강력했다. 한부모 가정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자란 나는 그 연구 결과를 읽는 동안 내가 그 증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2년 전 봄,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그룹홈에 살고 있는 여성 청소년 전체를 대상으로 한 자원활동에 지원했다. 공부와 상관없는 책 읽기를 함께 해보자고 제안한 참이었다. 책은 재미를 느끼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매체다. 그 시간을 함께 견뎌주고 싶었다. 흔쾌히 집 안으로 나를 초대한 수녀님의 당부는 예상 밖이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독점할 수 있는 한 명의 어른이에요.” 수녀님은 자신이 아무리 마음을 써도 충분치 않을 거라며, 내게 한 학생과만 시간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유난히 말이 없고 수줍던 아이, 겨울이와 나는 그렇게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사이가 됐다.
때때로 가족은 일생을 두고 풀어야 할 문제의 저수지다. 일본의 사회학자 미타니 하루요가 쓴 〈트라우마 사회심리학〉(2024)은 아동기 부정적 경험(ACE, Adverse Childhood Experiences)에 대한 연구 결과를 종합해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아동학대와 방임, 가족의 자살, 부모의 알코올의존증이나 정신질환, 가정폭력, 성적 학대 등 아동기에 경험한 트라우마가 전 생애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를 집대성했다. ACE는 “아이가 극심한 스트레스 환경에서 성장하는 것 자체를 문제로 인식하고, 그런 상황과 장기적인 영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개념”으로 등장했다. 질병을 연구하는 역학에서 출발한 ACE 연구는 정신의학·신경과학·유전학·심리학·간호학·사회복지 분야 전반에 걸쳐 폭넓게 연구하는 주제가 되었다.
그러나 인간이란 참 놀랍지
알코올의존증 7.4배, 우울증 4.6배, 자살 미수 12.2배, 심장질환 2.2배, 뇌졸중 2.4배···. 기타 등등 ‘나쁜 것’으로 분류할 수 있는 모든 부분에서 다 높게 나타난 연구 결과를 읽어나가는 동안 책 여백에 나는 이렇게 적었다. ‘이걸 연구해야 아나? 이게 놀랍나?’ 학대와 방임 등을 경험하고도 망가지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이 더 어렵지 않냐는 반발심이었다.
그러나 인간이란 참 놀라운 존재다. ACE 생존자로서 부모가 된 사람 중 자신의 학대 경험을 대물림한 경향이 관찰된 비율은 약 61%. 저자의 말마따나 “반대로 생각하면 약 40%는 부정적 연쇄를 끊어낸 것이다.” 저자가 그 40%의 사람에게서 찾아낸 공통점은 ‘단 한 사람’이었다. 그들에게는 내 편이 되어주는 가족이 있거나, 가족이 아니더라도 지지해주는 어른이나 친구 등 커뮤니티에 소속되는 ‘아동기 긍정적 경험(Positive Childhood Experience)’이 있었다. 이들은 ACE 경험과 상관없이 우울증, 불안장애, 자살 충동 발생 확률이 절반으로 낮았다. 또 다른 사람을 돕고 자신과 같은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을 지키는 일로 나아갔다. 이를 저자는 “자기 회복 과정의 종착지”라고 말한다. “반세기에 걸친 회복탄력성 연구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회복탄력성은 기본적인 인간관계에 달려 있다.”
나는 겨울과 만나면서 겨울이 어떻게 그룹홈에 오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것 이상 캐묻지 않았다. 겨울에게는 다섯 명이나 되는 ‘자매’가 있고, 부모와 다름없는 수녀님이 있고, 이제는 나도 있다. 우리는 공부와 상관없는 책을 읽으며 목적 없는 읽기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지켜본다. 함께 읽은 책 제목을 새로 짓고, 이야기의 뒷부분을 상상해 써보기도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열어 새로 알게 된 단어의 뜻을 받아쓰는 동시에, 내가 생각하는 해당 단어의 정의를 고심해 적어본다. 그렇게 채워나가는 ‘나만의 사전’이 겨울에게 힘이 되어줄 것을, 나는 안다.
‘변화를 믿느냐’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내 대답은 당연히 “그렇다”이다. 사람이, 세상이, 세계가 변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면 왜 읽고 쓸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변화의 편에 서는 일이기도 하다. 세상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해도, 변화를 향해 움직이는 동안 적어도 ‘내’가 바뀐다. 어쩌면 변화란 믿음이 아니라 희망의 영역이 아닐까. 그때 우리는 우리의 참고문헌이다. 우리는 우리의 각주다. 그렇게 애쓰는 마음이 있는 한 아주 망가지지 않을 것이다.
장일호 기자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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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호 기자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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