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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상당구 명암로 산자락엔 ‘불친절한 동물원’이 있다. 12만6900㎡(약 3만8387평) 규모의 대형 동물원인데 먹이 주기 체험도, 동물 쇼도 없다. 관람객보다는 동물의 안정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유리창에 부딪히고 전깃줄에 걸려 다시는 날지 못하는 독수리와 참매, 노령이거나 장애로 거동이 어려운 호랑이·사자·말, 웅담 채취용으로 사육되던 반달가슴곰 등 300여 마리가황금성
‘청주랜드동물원’(청주동물원)의 자연과 가까운 환경 속에서 회복하고 있다.
지난 1일 이 동물원을 찾았다. 방사장엔 수풀과 바위만 보이고, 동물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청주동물원의 김정호(51) 진료사육팀장은 “여기선 관람객들이 유리창 바로 맞은편에서 원할 때 동물을 보기는 어렵다”며 “동물이 나오고 싶어야 나오고, 그제야 볼 수 현대건설전망
있다”고 했다. 동물원 한쪽에는 국내 최초의 ‘동물 추모관’도 있다. 아이들이 크레파스로 쓴 “하늘나라에서도 자유롭게 뛰놀아”라는 문장과 손편지가 벽에 붙어 있다.



청주동물원 한켠에는 국내 최초로 조성된 ‘동물 추모관’이 있다. 안내문엔 “우리는 동물들에게 늘 빚진 마음을 바다이야기사이트
갖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추모관에는 동물원에서 생을 마감한 동물들의 이름과 아이들이 남긴 그림, 손편지가 붙어 있다. 김정호 팀장은 “이곳은 떠난 동물들에게 미안함을 전하고, 살아 있는 동물에게 다시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의 공간”이라고 했다./구아모 기자


김 팀장은 야남양유업 주식
생동물 구조·치료 전문 수의사다. 그는 20년 넘게 이 동물원에서 야생동물을 돌보고 연구해 동료들에게 ‘수의사계의 이국종’이라고 불린다. 청주동물원은 2014년 환경부 서식지 외 보전 기관으로 지정됐고, 지난해엔 국내 첫 거점 동물원으로 선정됐다. 충청·강원권 구조 동물의 진료와 멸종 위기종 보전을 맡고 있다.
이곳에는 ‘갈비 사자’라고 30분봉매매기법
불리던 수사자 바람(21)이 산다. 갈비 사자는 밥을 먹지 못해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말라붙은 별명이었다. 바람은 2004년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나 2016년 경남 김해의 부경동물원으로 옮겨졌다. 새 보금자리는 82㎡(약 25평)의 콘크리트 우리였다. 초원을 달리며 무리지어 살아야 하는 사자에게 그곳은 ‘감옥’이었다. 바람은 흙을 밟아본 적도, 나무 그늘에 누워본 적도 없었다. 그렇게 7년을 보내는 사이 바람은 점점 야위었고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났다.



수사자 '바람이'이가 경남 김해시 부경동물원에서 지낼 당시 모습.


2023년 이 사연이 알려지자 청주동물원이 구조에 나섰다. 바람은 처음 청주에 도착했을 때는 낯선 흙 냄새와 바람·햇빛에 움츠러들었다. 사육장 구석에 몸을 웅크린 채 하루 종일 움직이지도 않았다. 2년이 지난 지금 바람은 완전히 달라졌다. 1000㎡(약 300평) 규모의 대형 방사장에서 햇살을 쬐거나 나무 그늘 아래 누워 졸고, 때로는 암사자 도도(14)와 함께 천천히 언덕을 거닌다. 사람 나이로 치면 백 살이 넘는 사자지만 청주동물원에서 건강을 회복해 여유를 되찾았다.



지난 2023년 10월 오전 충북 청주시 청주동물원 사육장 안에서 '갈비사자'로 불린 수사자 '바람'(왼쪽)과 암사자 '도도'(오른쪽)가 햇볕을 쬐고 있다./신현종 기자


이곳에는 2m×2m 철창 안에서 웅담 채취용 ‘생체 기계’로 살던 반달가슴곰 반이·달이·들이(9·수컷)도 있다. 처음에는 나무를 오르지 못했지만, 사육사들이 며칠 동안 먹이를 나무 위에 올려주자 2주 만에 발톱을 걸고 타기 시작했다. 가을이 되자 낙엽을 모아 해먹 위에 보금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보행 장애가 있는 미니 말 ‘사라’, 부리 기형으로 스스로 먹이를 사냥해 야생 생존이 불가능한 독수리 ‘하나’도 청주에서 새 삶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 웅담 채취 농장에서 구조된 반달가슴곰. 죽어서만 나올 수 있던 철창을 살아서 벗어난 국내 첫 곰들로, 지금은 나무를 타고 해먹을 엮으며 잃었던 본능을 되찾고 있다./구아모 기자


장애를 지닌 동물만큼 관람객도 다양하다. 어느 날 한 장애인 관람객은 김정호 수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예쁘지 않고, 늙고, 아프고, 장애가 있어도 살아가는 동물을 보여줘서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김 팀장은 자기를 ‘동물원 반대론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관람객 위주의 동물원이 사라지길 바란다”며 “대신 위험에서 구출된 동물을 잘 보호해 야생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동물원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방문객들이 추모관에 남긴 편지./구아모 기자





청주동물원 추모관./구아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