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정윤경 기자)
'민심의 풍향계'로 여겨지는 중도층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대한 중도층 지지율에서는 최근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중도층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세 배 가까이 앞섰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정부·여당이 '대장동 항소 포기'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논란 등 내치에서 흔들리고 고환율과 그에 따른 고유가 등 외교·경제 현안에서도 연이어 고전하는 상황이지만, 제1야당은 여당의 '악재'를 '호재'로 누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발언은 황금성오락실 냉랭한 중도층 민심을 아예 등 돌리게 만들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중도층에서의 양당 간 지지율 격차는 사실상 '3배 차이' 수준에 근접했다. 한국갤럽이 11월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도층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4%, 국민의힘은 16%로 나타났다. 격차는 28%포인트로 오차범위(±3 게임릴사이트 .1%포인트) 밖으로 확연히 벌어졌다. 이는 한 달 전인 10월14~16일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비해 9%포인트나 더 벌어진 수치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1월12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대장동 일당 7400억 국고 환수 촉구 및 검찰 골드몽사이트 항소 포기 외압 규탄대회에서 규탄사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중도층 이탈에도 장동혁은 "先 강성, 後 중도"
주목할 점은 이 같은 흐름이 내년 6월 지방선거 전망 여론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캐스팅 보터'라고 불릴 만큼 중도층은 선거의 향방을 가르는 핵심 집 오션파라다이스릴게임 단이다. 한국갤럽이 11월18~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중도층 응답자의 44%는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0%에 그쳤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중도층 내 여야 선호는 38%(여당) 대 36%(야당)로 팽팽했지만 지금은 그 격차가 14%포인트까지 벌어진 셈이다.
이 릴짱 런 가운데 국민의힘이 꺼내든 전략은 한마디로 '선(先) 강성, 후(後) 중도'로 요약된다. 국민의힘은 11월22일부터 12월2일까지 '이재명 정권을 향한 민생 레드카드'를 주제로 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국민대회' 전국 순회 일정에 돌입했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외압' 의혹과 '이재명 대통령 재판 재개'를 촉구하는 대대적인 여론전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핵심 지지층인 이른바 '집토끼'를 먼저 결집해 지지율을 끌어올린 뒤 중도층 확장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현장에서 나온 발언을 통해서도 이 같은 전략이 읽힌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중도 확장할 때지 싸울 때냐 하는데 이 말에 동의합니까"라며 "우리가 이 자리서 싸우는 것 역시 외연 확장"이라고 강조했다. 장동혁 대표 역시 "우리가 제대로 싸워야 한다. 그런데 그 싸우는 대상은 분명할 것"이라며 "결국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이에 더해 "최근 중국에서 우리의 댓글을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거 밝혀야 하지 않겠나"라는 등 보수진영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발 SNS·댓글 조작 의혹'까지 거론했다.
장 대표는 앞서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발언으로 이런 전략을 예고한 바 있다. 그는 11월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대장동 일당 7400억 국고 환수 촉구 및 검찰 항소 포기 외압 규탄대회'를 진행하던 중 내란특검이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내란 선전·선동 혐의로 체포한 것에 대해 "무도한 정권이 대장동 항소 포기를 덮기 위해 오늘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긴급 체포하고 압수수색하고 있다"며 "전쟁이다. 우리가 황교안이다. 뭉쳐서 싸우자"고 했다.
이 발언을 두고 국민의힘 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소장파'로 꼽히는 김재섭 의원은 11월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우리가 황교안'이라는 발언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중도 확장이라든지 선거에 도움이 되는 캠페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직격했다. 김 의원은 "코스피, 환율 문제도 있고 그 가운데서 소외되고 있는 국민이 굉장히 많다"면서 "그런데도 우리는 기존에 강한 목소리를 냈던, 이른바 '짠물'이라고 불렸던 분들한테만 자꾸 소구하면 오히려 중원에 계신 분들이 '이거 좀 그런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자 장 대표는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수습에 나섰지만 여진은 계속되는 분위기다. 장 대표는 당시 의원들에게 "'우리가 황교안' 발언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런 발언을 즉흥적으로 하지 않는다. 데이터와 상황을 분석해 전략적으로 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당 밖에서 이견을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일은 자제해 달라는 취지의 당부도 함께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외투쟁 지역 선정도 공교롭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 순회 일정임에도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지역이 빠져있어서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난 광주 5·18 민주묘지 방문 당시 거센 항의를 받은 일이 일정에서 호남을 제외한 배경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양향자 최고위원은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원래 호남을 한 달에 한 번씩 방문하겠다는 약속이 있기 때문에 이번 규탄대회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서 의도적인 배제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장에 있지 않고 화면을 보면 그렇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때 마주한 25명의 청년이 그렇게 할 줄 알고 갔다"며 일정 수준의 반발은 감수한 결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월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지방선거총괄기획단-시도 광역단체장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형준 부산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연합뉴스


중도층, "지방선거 與 승리" 44% "野 승리" 30%
전국 순회를 통해 강성 지지층 여론을 '다진' 국민의힘은 제도 개편을 통해 '결집'을 꾀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은 내년 지방선거 후보를 뽑는 경선 룰을 현행 '당원 50%, 국민여론 50%'에서 '당원 70%, 국민여론 30%' 비율로 바꾸는 방안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민심(民心)보다 '당심'(黨心)에 더 무게를 싣는 경선 구조를 고수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런 움직임에 당장 선거를 뛰어야 하는 주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표적이다. 오 시장은 11월27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 주택공급 절벽의 원인과 해법'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확장 지향의 길을 갈 때임이 분명한데 오히려 축소 지향의 길을 가고 있다"며 "신중해야 할 국면"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이어 "평소에는 핵심 지지층을 단단하게 뭉치는 축소 지향의 길을 가다가도 선거가 6개월, 1년 앞으로 다가오면 오히려 확장 지향을 펼치며 지지층을 확산하는 입장을 취하게 된다"고 했다.
차기 서울시장 출마가 예상되는 나경원 의원이 경선 룰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사회에도, 정치권에도 상식이라는 것이 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11월23일 부산에서 열린 정책 세미나에서 국민의힘이 12월3일에 계엄에 대한 사과를 다시금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밝히며 최근 장 대표의 행보에 대해 동의하지 않음을 분명히 드러냈다. 박 시장은 "국민에게 사과하는 걸 두려워하고 주저할 필요가 없다"며 "상대가 밉고 정말 잘못한다고 해서 우리의 잘못이 가려지는 것이 아니며 그런 태도와 기준으로 다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국민의힘 서울시 당협위원장들도 이례적으로 당의 결정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서울시 당협위원장들은 성명을 통해 "민심을 뒤로한 채 당심을 우선해 후보를 결정하는 방향은 중도층과 무당층이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우리 당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선택인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딱딱한 내부 결집이 아니라 국민께 다가가는 유연성과 민심 회복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시사저널에 "당원 투표라는 게 사실상 강성 당원들이 주로 참여하는 구조"라며 "그렇다 보니 당내 선거 결과가 전체 민심과 괴리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선택을 받은 '박찬대'가 '정청래'에게 패한 것도 결국 이런 구조적 한계 때문"이라며 "밀실 정치가 아닌 국민 앞에서 공개 경선을 치르는 '오픈 프라이머리(국민경선 100%)' 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1월25일 경상북도 구미역 광장에서 열린 민생 회복과 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장파들 "우리라도 계엄 사과…20명 모일 것"
이러한 국민의힘 지도부의 행보가 2019년 '황교안 체제'와 겹쳐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를 계기로 강경 노선을 택했고, 대표 취임 52일 만에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보수층의 결집을 통한 세력 확장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2020년 4·15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은 참패했고, 황 전 대표는 선거 직후 사퇴했다. 특히 장외투쟁 과정에서 태극기 집회나 전광훈 목사 등 강경 세력과의 연대는 중도층 흡수를 어렵게 만든 요인으로 지목됐다. 지금의 국민의힘이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당내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YTN라디오 《김영수의 더인터뷰》에 출연해 "황교안 전 대표의 (대표 시절) 선택들과 지금 선택이 다르지 않아 보인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선거 승리)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 입장에선 전체 팀을 키우기보다 '나머지가 사라지면 되겠다. 존재감을 강성 보수 안에서 키우면 되겠다'는 길로 가게 되는 것"이라며 "황교안 전 대표도 그 길을 갔다가 결국 총선에서 팀도 지고 자기도 졌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향후에도 강성 지지층 결집 전략을 고수할지, 아니면 중도층 확장 쪽으로 방향을 틀지는 12월3일 '비상계엄 1년'을 맞아 나올 메시지에 달렸다는 분석이 많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12월3일, 계엄 1년이 되는 날이 마지노선이다. 그날 윤 전 대통령과의 분명한 단절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했다. 김용태·김재섭 등 국민의힘 소장파 의원들은 당 지도부가 12·3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반성 메시지를 내지 않으면, 소장파와 초선들을 중심으로 20명 정도를 모아 별도로 사과문을 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다만 이날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날이니만큼, 지도부가 사과나 반성의 메시지를 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함께 나온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폭발'이고, 발부되면 그건 폭발을 넘어 '전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