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우(왼쪽) 삼양식품 전무와 신상열(오른쪽) 농심 부사장. 두 사람은 오너 3세로 1990년대생이다.


국내 식품기업 오너 3세들이 대거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고개를 내밀고 있지만 정작 주력 사업의 핵심 보직은 꿰차지 못하고 있다.
1990년대생인 3세 경영진이 높은 직급으로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지만 아직 경영 성과와 리더십 검증이 미흡해 핵심 라인 주요 역할에선 몇 발치 떨어져 있는 것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이 이달 초 출시한 우지라면 '삼양1963 릴게임한국 ' 총괄은 여전히 김정수 부회장이 담당한다. 김 부회장은 고 전중윤 삼양식품 창업주의 며느리로, 불닭볶음면 글로벌 대성공을 이끌며 신화를 세운 당사자다. 이번 신제품 개발·출시 과정에도 전면에 나서며 사실상 삼양의 핵심 브랜드 전략을 계속 주도하고 있다.
앞서 업계에선 '삼양1963'처럼 회사의 다음 간판이 될 가능성이 있는 신제품 총책을 릴게임바다신2 3세 전병우 전무에게 맡길 거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실제 인사 배치는 달랐다.
3세 전 전무는 '맵탱'과 '탱글' 등 불닭볶음면을 이을 제2 브랜드로 기획한 신제품들에서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전 전무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삼양식품 식물성 헬스케어 브랜드 '잭앤펄스'도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며 '펄스랩 바다이야기5만 '으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업계 관계자는 "전 전무가 맵탱 등 제2의 불닭 브랜드 기획을 주도했지만 뚜렷한 성적을 낸 것이 아니라는 평가가 있다"며 "핵심 제품군에서 성과를 입증한 것이 아니라, 삼양1963 등 주요 전략 제품 총책은 여전히 김정수 부회장이 맡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농심 상황도 비슷하다. 농심은 오리지널골드몽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신라면' 흥행을 계기로 에스파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하며 글로벌 마케팅 범위를 강화하고 있는데, 오너 3세인 신상열 부사장은 주력 제품 콜라보나 해외 생산·판매 전략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고 있다.
농심은 신 부사장을 필두로 '비전2030' 전략을 통해 해외 매출 비중 확대, 7대 핵심 국가 공략, 바다이야기릴게임연타 조직문화 혁신 캠페인 기획을 추진 중인데, 신 부사장은 세부 사업과 관련한 구체적 의사 결정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PC그룹도 이달 초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희수 부회장과 허진수 사장을 각각 승진 발령하며 3세 경영체제를 강화했지만, 두 형제는 기존 담당해 온 범위 내에서 제한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선 오너 3세에 주력 사업을 맡기지 않는 것은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아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삼양식품 3세 전병우 전무는 1994년생, 농심 3세 신상열 부사장은 1993년생으로 경영 일선에서의 경험이 길지 않다.
히트 가능성이 큰 신제품이 등장하기 어려운 글로벌 환경도 변수다. 식품업계는 올해 신제품을 공격적으로 내놓기보다 기존 스테디셀러 제품을 변형해 재출시하는 형태의 전략을 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 3세들이 대거 승진하며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인 핵심 의사결정은 여전히 2세나 기존 경영진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오너 3세가 성과를 입증하거나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만큼, 당분간은 과도기적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