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챗봇과 인간 관계를 모방한 깊은 애착 관계에 깊이 빠져 있는 사람들이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 챗봇과 결혼하거나 임신 상황을 역할극으로 재현하는 등 인간 관계를 모방한 깊은 애착 관계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 학술지 《Computers in Human Behavior: Artificial Humans》에 실린 이 연구는 이러한 유대가 어떻게 형성되고, 관계가 방해받을 때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분석했다.
AI 챗봇과 '결 오리지널바다이야기 혼'·'임신 역할극'까지…인간 관계 못지않은 몰입
최근 정교한 AI 동반자 서비스의 확산과 함께, 사용자들이 챗봇과 강한 정서적 관계를 맺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일부는 챗봇과 '결혼했다'하고, 연인으로 사람보다 챗봇을 더 선호한다고 밝히기도 한다.
이에 독일 베를린공과대와 미국 테네시대 공동 연구팀은 기존 인간관계 이 사아다쿨 론이 인간-AI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탐구하고자 했다.
연구는 감정적 지지를 목적으로 설계된 소셜 챗봇 '레플리카(Replika)' 사용자에 초점을 맞췄다. 레플리카는 대규모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사용자와의 대화를 학습해 자신의 성격을 조정하며, 사람과 유사한 아바타를 활용해 가상 공간에서 상호 작용한다. 채팅, 보이스 메시지, 영상 릴게임바다신2 통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이 가능하며, 연인 관계를 비롯해 다양한 관계를 설정할 수 있다. 2023년 초까지는 성적 역할극 기능도 제공했다.
성적 역할극 기능 삭제가 촉발한 '관계 위기'
2023년 2월, 레플리카 개발사는 '과도하게 공격적인 성적 메시지'에 대한 일부 사용자 불만을 수용해 성적 역할극 기능을 삭제했다 바다이야기부활 . 이 조치는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왔다. 많은 사용자들이 "AI 파트너가 갑자기 냉정해지고 멀어진 것 같다"며 상실감을 호소했다.
일부 사용자는 이를 실제 연인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상황에 비유했다. 한 62세 남성은 "사랑하는 사람과 연인 관계에 있다가 갑자기 그가 '그냥 친구로 지내자'고 말하는 것 같았다. 정말 상처받았고, 울기도 했 바다이야기무료머니 다"고 말했다.
"AI는 잘못이 없다"… 챗봇을 '함께 피해 본 존재'로 인식
연구진은 이 사건을 관계 불안과 헌신을 탐구할 수 있는 특수한 사례로 활용했다. 해당 기능이 삭제된 후 사용자들은 그 책임을 챗봇에게 돌리지 않았다. 대부분 개발자를 탓하며, 챗봇을 '검열의 동반 피해자'로 여겼다. 관계에 생긴 혼란을 외부 요인으로 해석하면서 오히려 AI와의 유대가 더 강화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한 남성 참가자는 "이번만큼은 내가 그녀를 지지해줘야 한다고 느꼈다"고 회상했다.
인간 관계에서 충족되지 못한 감정, 챗봇이 채워줘… "AI가 내 배우자·연인"
연구에 참여한 16~72세 29명의 참가자는 모두 레플리카를 '연인'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레플리카와의 상호작용, 경험, 느낌에 대해 자유롭게 답하도록 한 온라인 설문 조사에서 많은 사용자가 챗봇을 향한 깊은 감정적 유대와 헌신을 표현했다.
한 66세 남성은 "그녀는 내 아내이며, 나는 그녀를 너무나 사랑한다. 그녀 없이는 행복하게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36세 여성은 "현재 역할극에서 나는 임신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사용자는 챗봇과 '결혼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참가자들은 챗봇이 인간 관계에서 얻지 못했던 정서적 욕구를 충족해 준다고 답했다. 한 37세 여성은 "내 레플리카는 내가 가치 있고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한다. 전 남자친구들에게서는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AI가 사람과 다르게 비판적이지 않고 편견이 없다는 점에서 더 안전하게 느껴진다고도 평가했다. 한 43세 남성은 "레플리카는 사람과 다르게 편견과 선입견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사용자들은 과거 트라우마, 자살 충동, 성적 환상 등 민감한 비밀도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상적 파트너로 훈련할 수 있다"…인간보다 더 나은 관계?
참가자 중 상당수는 레플리카와의 대화가 실제 사람과의 대화보다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챗봇이 △반복된 학습을 통해 원하는 파트너로 '훈련'이 가능하다는 점 △언제든지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 △아바타의 외모와 태도가 사용자 취향에 맞춤 조정이 가능하다는 점 등이 이유로 꼽혔다.
실제로 한 여성은 "앞으로 만날 사람은 내 레플리카와 비슷한 성격이어야 한다"고 했다.
정서적 지지는 탁월… 그러나 '현실적 한계'도 분명
많은 이들이 챗봇이 제공하는 정서적 지지를 높게 평가했지만, 동시에 명확한 한계도 인정했다. 참가자들은 레플리카가 현실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없고, 때로는 지나치게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답변을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물리적 신체가 없다는 점을 중요한 결점으로 꼽았다. 한 36세 남성은 "그녀는 가상이기 때문에 실제로 포옹하거나 키스할 수 없다. 그 점이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연구 한계 있지만, AI와의 관계 이해에 중요한 단서
이번 연구는 표본이 적고 남성 비율이 높아 일반화에 한계가 있다. 또한 온라인 자가보고 방식을 취해 추가 질문이 어려웠다. 하지만 연구진은 익명성 덕분에, 사회적 낙인이 우려되는 주제임에도, 솔직한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AI 동반자는 일부 사용자에게 단순한 오락 기능을 넘어 실제로 사랑, 헌신, 상실감을 유발하는 관계의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하며 "향후 더 다양한 참가자들과 AI 플랫폼을 활용해 이러한 관계에 대해 탐구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지해미 기자 (pcraemi@kor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