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XR에서 구글 지도의 '몰입형 뷰'를 활용해 오스트리아 빈 도시를 탐색하고 있다.


눈앞에서 걸그룹의 댄스 공연이 펼쳐진다. 사이드에 있던 한 멤버가 중앙으로 전진하며 안무를 선보이자 마치 코앞에 그 멤버가 있는 것처럼 떨렸다. 화질은 유튜브 등에서 1080p로 설정해서 보던 영상과 견주어도 떨어지지 않아 몰입감이 극대화됐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확장현실(XR) 기기 '갤럭시 XR'로 감상해본 걸그룹 '트리플에스'의 몰입형 영상에 대한 내용이다. XR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인 네이버의 '치지직 XR'에서 제공되고 있는 콘텐츠 중 하나로, 그동안 체험했던 어떤 영상보다도 몰입감 높은 경험을 줬다.
약 3일간 갤럭시 XR을 체험해보면서 느꼈던 기기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화질 기반의 영상 시청이다.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갤럭시 XR은 기기 스펙상으로 양쪽 눈 3552×3840 픽셀의 해상도를 지원한다.
기기에는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기본 앱으로 설치돼 있었으며 치지직 XR 등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설치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는 별도 몰입형 콘텐츠 방식을 제공하진 않지만, 마치 빔 프로젝터를 틀어놓은 듯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다.
갤럭시 XR은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을 활용한 '핀치' 제스처를 통해 앱을 켜고 끄거나 화면 크기를 조정한다. 넷플릭스 같은 앱을 이용할 때도 화면 모서리를 엄지와 검지로 잡은 채 바깥으로 늘리면 내가 원하는 만큼 화면을 키울 수 있다.



갤럭시 XR을 착용한 후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을 맞대는 '핀치' 제스처로 조작하고 있는 모습.


유튜브 또한 기본적인 영상 시청과 함께, 360도 영상 등 XR 기기에서 최적으로 즐길 수 있는 영상들을 모아 볼 수 있어 영상을 탐색하는 즐거움을 줬다.
기기 제어에 필수적인 핀치 제스처는 처음 활용해보는 이용자라면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릴 듯했다. 앱 제어 등 선택하고 드래그할 때는 손등이 나를 향하 는 방향으로 핀치를 하게 되고, 손등을 뒤집은 다음 핀치를 하게 되면 제어창을 열어 홈 화면, 활성화 탭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앱을 켜고 끄는 등 제어는 불편함이 없었지만 영상 시청에서 타임라인을 드래그해 원하는 시점으로 이동하는 것은 세밀한 컨트롤을 필요로 했다.
545g 무게의 갤럭시 XR 착용감은 준수했다. 본체를 착용한 후 뒤쪽 다이얼을 돌려 둘레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큰 두상임에도 헤드셋 뒤쪽 둘레 조절을 통해 안정적으로 착용할 수 있었다. 배터리의 경우 본체 왼쪽에는 별도 배터리팩 케이블을 연결하고, 배터리팩은 주머니에 넣거나 바닥에 두고 사용하는 방식이다. 배터리 연결은 전용 케이블을 통해서만 가능한 구조였다. 착용하고 있는 동안 무거움으로 인한 불편함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기기에 맞대고 있는 이마에 다소 답답함과 발열이 느껴져 장시간 착용은 쉽지 않았다.
한편 제품 출시 당시 삼성전자에서 홍보했던 기능 중 하나인 구글 지도를 통한 '원격 세계 여행'도 소소한 재미를 제공했다. 구글 지도에서는 갤럭시 XR을 위한 몰입형 지도를 제공하기에 여행지의 다양한 장소를 3D로 둘러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는 기기에 적용된 구글의 인공지능(AI) 비서 '제미나이'도 활용할 수 있다. 기기 오른쪽 위 버튼을 길게 누르면 제미나이가 호출되는데,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오페라 하우스로 가줘"라고 말하면 제미나이가 명령한 장소로 공간 이동을 도와준다. 이동한 공간에서는 마찬가지로 핀치 기능을 활용해 거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다. 이외에도 영상 시청 중에 제미나이를 호출해 영상 속 내용을 질문하거나, '패스스루'를 통해 현실에서 바라보고 있는 사물을 제미나이가 같이 이해하는 것도 갤럭시 XR의 특장점이다.
[정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