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그럼 마음을 먹을 수 있지.".피를 뒤집어쓴 끔찍한 감촉, 괴물과 억지로 싸운 경험, 그리고 파도 소리.요코의 머리카락은 붉다. 원래 색이 옅은데다 햇볕을 쬐거나 수영장만 들어가도 금세 바랜다. 등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은 기를수록 끄트머리가 바랜다. 그 탓에 정말로 탈색한 듯한 빛깔이 되어 버린다.이번함께 읽어요카테고리에는십이국기를 담아보겠습니다.한 달 전쯤부터 반복해서 꾸었던 꿈이 현실처럼 다가왔다. 난생처음 보는 남자와 알 수 없는 모습의 짐승들이 요코를 습격하는 기괴한 것들로부터 보호하며 그녀가 가야 할 곳으로 인도한다. 갑작스럽게 닥친 일에 당황하며 가지 않으려 발버둥 치지만 마치 그래야 하는 것처럼 그렇게 짙푸른 바다를 건너 알 수 없는 새로운 세상으로 넘어가게 된다.미심쩍은 얼굴로 요코의 뒤를 쳐다보는 담임의 시선을 따라 요코도 돌아보았다. 요코의 뒤에는 젊은 남자가 서 있었다. 난생처음 보는 얼굴이었다.자신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게 할 자는 그녀를 이곳으로 데리고 온 게이키 일행뿐이라 생각한 요코는 그들을 찾기 위한 끔찍하고도 험난한 여정을 시작한다.십이국기는 시간별로 이야기가 진행되진 않는다. 각국 별로 왕과 기린, 나라의 역사를 읽듯 그렇게 펼쳐진다."훌륭한 검을 가지고 있군.""검집은 원숭이로 모습을 바꾸어 나타나지. 원숭이는 사람 마음속을 읽는데, 이것 또한 긴장을 늦추면 주인의 마음을 읽어 어지럽히지. 따라서 검으로 봉인한다고 들었어. 경국 비장의 보물이지.""검집이 죽었다고요?"요코의 오른손에 시선을 던지며 남자가 손을 뻗었다. 어쩐지 저항하기 어려워서 요코는 검을 건넸다. 남자는 검자루를 가볍게 쥐어잡고 잡아당겼다. 쉽게 뽑혔다.오래전, 20여 년 전쯤 되었을까"그딴 것.""...... 찾았다.""...... 그렇군. 기억해 두지."같은 세계관 속에서 각기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십이국기의 1부는 이렇게 끝나지만 또 다른 나라의 이야기는 새롭게 시작된다."검집이 죽었어.""아니면 좀 더 짧게 자르던지""이래서 그런 꿈을 꿨구나......"엄마는 심각한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기린 다이키가 이 세계로 넘어왔다가 반란으로 인해 다시 일본으로 넘어간 후에 요코가 왔으니 십이국기의 시기적으로는 상당히 뒤편에 속한다."지난번에 선생님도 물으시더라. 정말로 타고난 머리카락이냐고. 그러니깐 염색하라고 했잖아.""...... 당신은 뭐 하는 사람이죠?""망설이지 마. 네가 왕이다. 그 사실을 잊지 마. 왕 따위 허울 좋은 머슴 같은 존재지만, 그 사실을 백성에게 들키지 마. 내가 가장 잘났다는 얼굴을 해.""찾고 있었습니다."요마가 출현하지 않는다는 평화로운 땅 안국에 도착해도 그녀의 목숨을 노리는 요마는 여전히 출몰한다. 그런 요코를 도와 함께 싸운 남자는 이 나라를 다스리는 연왕이다. 라쿠슌와 요코는 연왕에게서 게이키가 잡혀있는 경국의 위태로움을 듣게 되고 태과로 태어난 그녀가 식으로 인해 저쪽 세상으로 넘어가게 된 이야기도 전해 듣는다. 요코는 틀림없은 이 세계의 사람이며 경왕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닌것만 같다. 기린은 왕을 알아본다. 그런 게이키가 자신을 왕으로 선택했다. 자신이 진정 왕의 자격이 있는지 요코는 깊은 갈등과 고민에 빠진다."묘한 환영을 보지 않았나?""당신입니다.""기린이 골랐으니 불만이 있으면 기린한테 말하라고 해."요코가 남을 믿는것과 남이 요코를 배신하는 것은 아무 관계도 없다. 요코 자신이 상냥한 것과 타인이 요코에게 상냥한 것은 아무 관계도 없어야 한다. 홀로, 또 홀로, 이 넓은 세계에 외톨이로 도와줄 사람도 위로해 줄 사람도 누구 한 사람 없더라도. 그래도 요코가 남을 믿지 않고 비겁하게 행동하고 버리고 도망치고 하물며 남을 해칠 이유가 될 수는 없는데.요코는 어이없는 심정으로 연을 보았다.오른손은 여전히 검자루를 꽉 쥐고 있었다. 잘도 놓치지 않았다. 이어서 자신의 몸을 살피고, 용케 상처 없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자잘한 찰과상은 수없이 많지만 상처라 부를만한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이에 더해 아무런 변화도 없다. 하얀 안개가 엷게 흐르고 있다. 동트기 전 특유의 공기가 감돌았다. 파도소리가 들린다.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듣고 반항하지 않으며 어른들과 친구들이 원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요코는 그것이 주변 사람들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부도 잘하고 착하며 내성적인 성격에 반해 붉은 머리를 하고 있어 주변 사람들은 요코가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라 오해한다. 왕따를 당하는 반 친구를 보면 괴롭지만 친구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잘 대해 주지도 못한다. 요코는 그렇게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며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펼치지 못한다.아무것도 모르는 세상에서 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