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면 딸 올 줄 알았는데'... 라일락향 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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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reo   댓글: 0   조회수: 2 날짜: 2025-04-21본문
'꽃피면 딸 올 줄 알았는데'... 라일락향 맡고 기억난, 친정집에 있던 라일락나무라일락꽃 피는 계절입니다. 아파트 정원에 핀 꽃을 보며 옛날 우리 집 마당에 직접 심었던 나무가 생각나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내 기억 속에선 자라고 있는 나무입니다. 추억은 현재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풍요로움을 선물하고 싶어요. <기자말> ▲ 라일락꽃호수와 어우러진 꽃을 보며 옛날을 회상하다ⓒ 최명숙이맘때 고향집엔 라일락 향기가 온 집안을 에워싸곤 했다. 그런데도 나는 그 향기를 직접 맡아본 적 없다. 라일락나무를 심은 사람은 나인데도.친정어머니께 전화로 꽃이 피었느냐고 묻곤 했다. 그러면 집안뿐 아니라 온 동네에 꽃향기가 풍긴다는 과장된 대답을 듣곤 했다. 사는 게 얼마나 바쁘면 그 좋아하는 라일락이 피어도 못 오느냐는 말을 숱하게 들었다. 그렇다, 나는 참으로 바쁘게 살았다. 며칠 전 아파트 정원에 라일락꽃이 핀 것을 본 뒤 떠오른 추억이다.내 친정 고향집에 있던 라일락은 내가 결혼하기 두 해 전에 심었다. 이웃집 아저씨가 묘목 한 그루를 주셨는데, 뒤란에 심을까, 화단에 심을까 고심하다 앞마당 낮은 담장 무너진 곳에 심었다. 라일락이 담장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내 짐작은 맞았다.라일락은 차츰 자라서 무너진 곳을 메워주었다. 마루에 앉아서 라일락 향기를 맡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꽃이 피기 전 결혼하는 바람에 그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한 번도 못 본 꽃... 라일락을 보러 나섰다결혼 십 년이 흐르고 이십 년이 흐를 동안 단 한 번도 꽃필 때 맞춰 친정에 가지 못했다. 사느라고, 내 살림을 일구느라고, 내가 직접 심은 라일락 꽃 향을 맡아보지 못했다. 꽃이 필 때쯤이면 전화로 어머니께 묻기만 했다. 뭘 자꾸 묻기만 하느냐고, 직접 와서 보면 되지 않느냐는 어머니의 안타까운 말씀도 외면하고, 나는 무슨 그리 대단한 일을 하느라 못 가봤을까.어느 해 여름에 갔더니 라일락나무는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그 후로 꼭 꽃필 때 찾아가 보리라 결심했다. 보랏빛 꽃'꽃피면 딸 올 줄 알았는데'... 라일락향 맡고 기억난, 친정집에 있던 라일락나무라일락꽃 피는 계절입니다. 아파트 정원에 핀 꽃을 보며 옛날 우리 집 마당에 직접 심었던 나무가 생각나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내 기억 속에선 자라고 있는 나무입니다. 추억은 현재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풍요로움을 선물하고 싶어요. <기자말> ▲ 라일락꽃호수와 어우러진 꽃을 보며 옛날을 회상하다ⓒ 최명숙이맘때 고향집엔 라일락 향기가 온 집안을 에워싸곤 했다. 그런데도 나는 그 향기를 직접 맡아본 적 없다. 라일락나무를 심은 사람은 나인데도.친정어머니께 전화로 꽃이 피었느냐고 묻곤 했다. 그러면 집안뿐 아니라 온 동네에 꽃향기가 풍긴다는 과장된 대답을 듣곤 했다. 사는 게 얼마나 바쁘면 그 좋아하는 라일락이 피어도 못 오느냐는 말을 숱하게 들었다. 그렇다, 나는 참으로 바쁘게 살았다. 며칠 전 아파트 정원에 라일락꽃이 핀 것을 본 뒤 떠오른 추억이다.내 친정 고향집에 있던 라일락은 내가 결혼하기 두 해 전에 심었다. 이웃집 아저씨가 묘목 한 그루를 주셨는데, 뒤란에 심을까, 화단에 심을까 고심하다 앞마당 낮은 담장 무너진 곳에 심었다. 라일락이 담장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내 짐작은 맞았다.라일락은 차츰 자라서 무너진 곳을 메워주었다. 마루에 앉아서 라일락 향기를 맡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꽃이 피기 전 결혼하는 바람에 그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한 번도 못 본 꽃... 라일락을 보러 나섰다결혼 십 년이 흐르고 이십 년이 흐를 동안 단 한 번도 꽃필 때 맞춰 친정에 가지 못했다. 사느라고, 내 살림을 일구느라고, 내가 직접 심은 라일락 꽃 향을 맡아보지 못했다. 꽃이 필 때쯤이면 전화로 어머니께 묻기만 했다. 뭘 자꾸 묻기만 하느냐고, 직접 와서 보면 되지 않느냐는 어머니의 안타까운 말씀도 외면하고, 나는 무슨 그리 대단한 일을 하느라 못 가봤을까.어느 해 여름에 갔더니 라일락나무는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그 후로 꼭 꽃필 때 찾아가 보리라 결심했다. 보랏빛 꽃송이를 달고 향기 날릴 라일락을 만나리라. 수수꽃다리, 리라꽃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으로도 불리는 꽃, 라일락. 생각만 해도 향기가 나는 것 같은 꽃. 고향집 마루에 앉아 앞산 바라보며 꽃향기를 맡고 싶었다. 그런 날이 있으리라 믿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