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병서·김관용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의 상호관세 적용 예고 시점을 3주 앞둔 가운데, 대미 통상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취임 한 달 만에 ‘국익 중심 실용외교’가 사실상 최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대통령실은 10일 “이 대통령이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 이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했다”고 밝혔다. NSC 전체회의는 대통령이 직접 의장을 맡는 최고위 외교·안보 회의체다. 정례적 업무보고와 더불어 한미 간 통상·안보 연계 전략이 심도 있게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특히 미국 측이 고율 관세 부과를 포함한 통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은 방미 직후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협상 보고를 받은 뒤 ‘투 트랙’ 방식의 대응에 무게를 두고 전략 수립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 한미 정상회담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물밑 접촉을 유지하는 한편, 정상회담을 견인할 수 있는 ‘협상 패키지’를 정교하게 조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3차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 대통령, 첫 NSC 주재…韓, 美에 패키지 딜 제안위 실장은 전날 귀국 브리핑에서 “통상·투자·구매·안보 전반을 하나의 패키지로 보고 협의를 제안했다”며 “동맹의 최종 상태(end state)까지 고려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 측이 단일 이슈 대응에서 벗어나 포괄적 협상을 통해 협상력 제고를 노리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정부 안팎에선 통상 분야에서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핵심 카드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가스관 사업 참여 △미국산 LNG 대량 구매 △조선업 협력 확대 등을 거론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해상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 부문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최대 해외 투자국’이라는 점을 내세워,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산업 협력 강화를 위한 상호 보완적 구도를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협상의 무게추는 단연 안보로 이동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국면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문제를 다시 꺼내든 상황에서, 한미 방위비분담금 증액 요구는 물론, 주한미군 규모 및 미군 재배치 이슈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 경기 수원 국립농업박물관에서 열린 ‘앙부일구, 풍요를 담는 그릇’ 기획전에서 한 가족이 미디어아트를 관람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 과거 농사의 중심이던 ‘절기’는 점점 낯선 개념이 되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날씨에 계절감마저 흐릿해진 요즘, 절기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선조들의 모습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경기 수원 국립농업박물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앙부일구, 풍요를 담는 그릇’에서 조상들이 살았던 시간과 계절을 따라가봤다. 국립농업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앙부일구. 앙부일구는 1434년 세종 때 백성들이 시간을 쉽게 알 수 있도록 만든 해시계다. 반구형의 오목한 시계판 중심에는 그림자를 만드는 ‘영침’이 있고, 시계판을 받치는 다리가 아래에 붙어 있다. 그 모양이 마치 하늘을 우러러보는 가마솥을 닮았다 하여 우러를 앙(仰), 솥 부(釜), 해 일(日), 그림자 구(晷)에서 따와 ‘앙부일구(仰釜日晷·하늘을 우러르는 가마솥 모양의 해시계)’라 부른다. 이번 기획전에는 국립농업박물관이 소장한 앙부일구를 비롯해 관련 유물 80여점이 전시된다. 특히 2021년 독일 부퍼탈 시계박물관에서 환수한 앙부일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윤희 국립농업박물관 전시기획팀 학예사는 “오늘날 우리가 영위하는 농업은 짧은 기간 쉽게 이뤄진 게 아니라 조상의 경험이 오랫동안 축적된 결과라는 점을 전시를 통해 알려주고 싶다”며 “앙부일구를 포함해 여러 농기구와 농업 관련 유물을 한자리에서 볼 기회”라고 소개했다. 기획전 복도에 마련된 관람객 참여형 전시. 전시는 ‘하늘을 바라보다’ ‘하늘에 물어보다’ ‘하늘을 읽다’의 3부로 구성됐다. 먼저 선조들이 풍년을 기원하며 하늘의 변화를 자세히 살핀 과정을 보여준다.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팔곡성’이다. 벼·기장·보리·밀·콩·팥·조·삼씨 여덟가지 곡물을 상징하는 별자리로, 이 별들이 반짝이면 해당 곡물이 잘 익는다고 믿었다. 전시장에 서면 천장에서 곡물 이름이 빛의 형태로 내려온다. 관람객이 그 빛 아래 손을 대면 손바닥 위에 곡물 이름이 빛난다. 과거 별빛으로 풍년을 점쳤던 농경사회의 상상력이